품위있게 죽어 갈 권리
세상에서 가장 무섭고 힘든 건 역시
태어남과 죽음일 것이다.
그러나 태어남에는 대부분 기다리며 환호 하는 사람이 많으나
죽음은 그 반대로 마감 하는 힘든 작업이다.
오죽하면 죽기 직전 그리 힘들어 진땀이 날까.
나는 시아버지의 임종을 못하고 죽음 그 직후에
그의 얼굴을 만져 보고, 죽는 게 이렇게 힘이 드는데
아무도 그의 손을 잡고 편히 가시라 말 못한게 늘 죄스럽다.
얼굴 가득히 진득한 땀이 배어 있었다.한 겨울의 외풍 센 방이었음에도...
"죄송해요 아버님, 용서해 주세요"를 귀에 대고 속삭여 드린 기억이....
청각이 젤 늦게 사라진단 소릴 들어서...
내 아들이 비명에 갔을때도 나는 함께 있어 주지 못함이 가장 서러웠다.
아들이 어른이 되어 늙고 또 늙어도 내겐 안쓰런 아들인 것을 어쩌랴..
곁에 있어 조용히 손만 잡고 있었어도 좋았을 걸...
그나마 다행인 것은 단 1초의 고통의 시간이 없었다는 거....
그 애는 이미 기절한 상태에서 사고가 났다.
피 한 방울 흘리지 않은 깨끗한 모습으로...
그냥 미소 지으며 자고 있었다.
"잘 가
니가 가는 그 곳은 아무 고통도 갈등도 없는 곳이라는구나.
편안 하기 그지 없이 평화로운 곳이라는구나.
잘 가..."
다른 무슨 말을 할 수 있었을가!?....
나는 아직도 체온이 남아 있는 아들의 이마를 쓰다듬으며
다른 생각도 없었고 말도 생각 나지 않았다.
소리내어 울지도 못했다.
다른 사람은 기절도 잘 하던데.....
그때처럼 내 이성이 징그럽고 환멸 스런 때는 없었다.
생명은 그저, 생명의 가지에 붙어 있을 때,
그것의 가치가 정해지고 아름다울 수 있지
떨어지고 나면 다같이 티끌인 것을.....
그 티끌은 또 다른 생명을 위해 썩어 줘야 하는 것을...
그 티끌을 기어이 붙잡아 연장 시켜야 도리를 다한다고 생각하는 우리네 정서...
그렇다고 기어이 성급하게 앞질러 스스로 마감해야 하는 결벽도...
그야말로 물 흐르듯이 조용히 생명을 관조 할 수 있게 연습하고 싶다.
기어히 안간 힘 쓰지 않고,
성급하게 앞질러 겁 먹지 않고......
그렇게 연습 하는 게
사실 우리네 남은 목표 아닐가?....싶어진다.
어차피 내 의지 밖에서 태어났지만
이젠 내 의지로 품위 있게 마감 하고 싶은 게
마지막 우리들의 자존심 일 거 같다.
방해 받고 싶지 않는 마지막 자존심!.....
2004.12.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