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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영 E.S리조트.

이 민 2010. 9. 1. 19:44


서론,본론, 결론이 분명치 않고 지속적으로 또 다른 본론이 이어지면 그 때부터는 머리가 아파진다.
어차피 결론 없는 말들의 이 잔치를 어느 선에서 상황종료의 종을 울릴가 눈치를 살피며 절호의 챤스 오기만을 살피게 되니 말이 귀에 들릴리가 없어지는거다..
아니면 눈을 마주하며 머리로는 딴 생각에 빠져야 덜 괴롭다..
지루하고 하품 날 수 밖에..
자신을 정당화 시키느라 자기 합리화나 변명이 긴 사람을 만나는 것도 머리가 아푸다..
누군가 자신의 주장에 반대의 눈 빛이라도 나타나면 자신이 옳음을 기어코 설명해 내야 하니...
너,나 따지는 게 시끄럽고, 번거로운 게 싫은 나같은 인간은 그 때부터 선택의 여지기 없어진다....
따라 하는 수 밖에..
작정하고, 모나지 않게 어울리자면 판피린(내게는 만변통치약이다..ㅎ) 한 병 마시고 맑은 머리로 적당한 베이스로 장단 마추며 듣기만 하면 되는데...
장거리 여행에서조차 그래야 함은 ...평소보다 더 큰 아량을 나 자신에게 요구해야 하는 짓이다.
그리고 왜 그래야 하는지 이유를 모르고...

4명의 구성원 중에 이런 1명이 어쩌구 저쩌구 한 이유로 같이 끼어 가게 된 1박 2일의 여행---
아마 리조트 주인이자 기름 팍팍 들이 마시는 벤츠의 운전수인 대장이 평소부터 신세진 일들을 갚는 숙제의 차원으로,4명이 탈 수 있는 차를 꽉 채워 기름 한 방울 안나는 우리나라의 에너지를 아끼자는 애국심도 포함된 듯...

아...그래도 싫다..
진작에 그 말을 했더라면 어떤 바뿐 핑계를 대더라고 안 가고 말았을 것을..
나는 더러 이런 상황이 되면 '꿈도 사랑도 싫어진다"---고쳐야 할 점이라고 늘 생각하지만 굳이 꼭 고쳐야 하는 이유를 알아내기까지는 무리다.

달랑 핸드 백 하나에다 간단한 샘플용 스킨과 로션, 선 블락을 넣고, 한 주먹 되는 잠옷 하나,챙 모자,선글라스만 챙겨 나선 나로서는 처음 부터 일단 미안해져야 했다..
처음의 계획이 그냥 쉬러 가자 했으니, 나의 준비는 어쩌면 당연했는데..
아이스 박스에다, 쇼핑 백에다, 아이 하나는 들어가 앉을 수 있는 큰 가방에다 지고 이고 나타난 모습에...
우리가 살림 살러 가는 길은 아닌 듯 싶구만...
어쩌면 좋으냐...이건 아닌데...이 나머지 뒷 시간들 어이 보내리... 귀찬은데..
슬쩍 함께 가는 동료의 눈치를 보니...히히...표정이 여엉 아니다..근데 그게 또 너무 웃읍고...
웃으면 마음 들킬가 웃는 것도 눈치 보느라 웃지도 못하고...ㅋㅋㅋ 생각하니 더 웃읍다.

일단 기분 좋게 스쳐 지나는 산과 들을 즐기고 비릿한 바닷가 미역 냄새를 즐기며 갔다.
하늘은 높다..
한 주먹 잡아 뭉치면 잔득 잔득 솜사탕 될 거 같은 하얀 구름들..
그리고 높아 진 하늘을 보면 생각나는 슬픈 시인----문둥이 시인 하운이 생각나고.
그의 시--<하운>은 언제 읊어도 가슴에 물 그림자 그려진다...
'아...
바람이고 싶어라.
구름이고 싶어라.
어이없는 창공에 섬이고 싶어라...'...
언젠가 나는 이 <하운>을 읽고 두다리 뻗치고 소리나지 않게 울어 본 기억이 있음으로 하운의 그 마음 이해가 된다...그와 나의 각도는 다를지언정.
높은 하늘을 보면 이 시가 생각나고 이 시를 읊으면 그의 육신이 슬퍼진다.
정말이지 날씨는 맑고 하늘은 높고 창공은 어이없었다..

도착한 곳은 정말.....좋았다.
이 리조트의 주인은 이익을 위해서는 이런 시설을 하지 않을 것 같았다.
그의 심미안이 이런 곳을 발견했을 것이고 그의 감성과 마음 씀이 이런 쉼터를 만들었을 것 같았다.
같이 간 대장에게 도대체 이 리조트 주인의 푸로필은 어떤 사람이냐 물었더니---
70세 전 후의,알고 보니 우리들 중학교의 대 선배셨고
그 부모의 무덤 대신 큰 바위 하나에 <그리운 내 아버지 토마스, 엄마 안나>라 새기고 잔듸와 꽃으로 장식을 하는 사람이라 한다.
그 하나의 얘기로 나는 감히 그를 보지 않고도 그를 보았다..
고정관념과 관습에서 자유로운...

바다인가 하늘인가....
띄엄 띄엄 모습 보이는 작은 섬들, 그리고 움직이지 않으나 살아있는 것들..
옆 방에서는 여기까지 와서도 알뜰 살림의 얘기가 두런 두런 들리고.
어디의 무엇이 얼만큼 싸고, 어디의 무엇이 어떤 맛이고 값은 어느 정도고, 무엇을 어디가서 공동구매하면 어떤 이익이 있고 ...등..
다른 세계에 있고 싶어 계속 바다만 보고 있으니 오직 존재 하는 건 나와 바다 뿐이구나.
하나 둘씩 반짝임이 나타났다...
어이없는 창공의 주인인 별들인가.바닷가 등불인가..
하운은 흰 구름 떠 다니는 한 낮의 창공을 보았지만 지금 나는 바다인지 하늘인지 구분 할 수 없는 밤의 깊이가 보이지 않는 창공을 보고 있다...

저녁을 먹고 밖으로 나오니 구석 구석 주인의 섬세함과 자상한 배려가 배여 있는 아름다운 곳이다...
정말이지 한 껏 호사 부리며 쉬고 싶어지는...
알뜰 살림꾼으로 그 방면에서는 남의 말보다 자신의 행동을 우선으로 하는 아줌씨 덕분에 차려 준 밥은 잘 먹었지만 그 아름다운 이태리 레스토랑 구경도 못해 보고 전망 끝내주는 커피 집에서 좋아하는 커피 한 잔 못하는 게 억울했지만 어쩌노...기어히 막아 내고 이길 뱃장도 없고 , 말 해봤자 질 게 뻔하고..
이고 지고 싸 왔는 먹거리는 어찌하고.. 커피는 싸고 맛있는 인스턴트 믹스가 있는데 웬 비싼 커피를....
아예 암 말 않는 게 조용히 넘어가는 길이다...

번쩍이는 섬광과 천둥 소리에 잠이 깨었다.
사방은 온통 먹물처럼 캄캄한데도 번개의 밝음으로 잠간 보여지는 건 섬 언저리의 불 빛---
미쳐 준비못한 비를 막고 있는걸가...
창 안에서 보고 서있는 내겐 이리도 아름다운데 그들에겐 또 다른 걱정과 준비로 밤 잠을 설치는거겠지...
미안해진다...

얼핏 또 잠이 들었나 보다.
재잘거리는 새소리에 일어나서 살며시 밖으로 나왔다.
그리 힘차게 치던 천둥 번개는 간 곳 없이 사라지고 너무나 다정하고 싸아한 새벽이다.
여행의 모든 즐거움과 신비는 새벽의 낯설음이 다 포함하고 있다고 늘 생각한다

어제 밤에 못 본 나무 다리 하나 건너 오솔길이 보였다.
가도 가도 끝이 보이지 않는 숲 속의 오솔길----친구의 그림에 있는 새벽 요정이 되었다.
지름으로는 100 미터가 채 될가 말가 한 자리에 바다가 있다.
우리나라의 지도의 붓 자국이 여기구나 싶어진다.
오솔길의 군데 군데에도 주인의 섬세한 감성이 엿보여서 감탄하며...
문득 무섬증도 생겼지만....
히말라야에서 설인을 만나듯 여기 이 새벽에 산 사람 만난들 무엇이 대수냐 싶어하며 무섬을 참고 계속 가자니.. 가도 가도 끝이 없고 이대로 가다가는 지도의 붓 길을 따라 남 쪽 끝을 휘감고 동해로 이어질 것만 같다.

뒤돌아 나와 방안에 있는 친구 하나 살며시 불러 다시 나왔다.
이대로 방안에서 먹는 타령과 알뜰살림 타령만 하다 가는 건 너무 억울하다.
아까의 오솔길을 다시 한 번 휘둘러 보고 둘이서 감탄 감탄하고는 에제 밤에 못가본 이태리 레스토랑과 아래층 커피집에 들러 몰래 찬 한잔 하고 가자 작당을 하고....
지지리 복도 없지 너무 이른 아침이라 지키는 사람도 없이 문만 열려 있어 둘이 한동안 자리 값도 안내고 전망을 즐기고 왔다.
어제 밤 분위기와는 또 다르게 정말 아름다운 곳이라,
낯 선 사람도 낯 설지가 않아서 뿌시시 일어나 밖으로 나오는 한 남자에게 맑은 웃음으로 인사를 하였다.
얼핏 놀라며 뒤돌아 보는 표정을 뒤로 하고...후후..우린 동포자나요...

알뜰 아줌씨 덕분에 씩씩 거리며 추석 어물 장도 다 준비해 버렸다.
이런 저런 연유로 일단은 부지런하고 알뜰 사림군을 따라 댕길 필요는 있는건가??...싫은데...대강 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