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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빔밥 집 개발.

이 민 2013. 3. 20. 08:34

이른 점심 시간이다.
위층 태희에게는 늦은 아침 시간이고..
요즘 애들에겐 딱 브런치 시간.
위층에서 머시기 머시기 한테 들은 비빔밥 집에 밥 먹으러 가자고 연락이 왔다.
걸어서 가면 대강 20분 거리다.그럼 도착하면 12시가 좀 넘겠다.
늦은 아침 먹는 사람은 배가 좀 더 고파질 거고 이른 점심으로는 적당한 시간이다.
썬 크림 바르고 운동화 신고 넷이서 나서서 갔다.

역시 들은대로 푸짐하고 맛있고 쌌다..거금 4000 원으로 근래에 보기 드물게 만족한 식사다.
조금 더운 날씨라 남편들은 땀까지 흘리며 맛있게 먹고 그들은 가고.
우린 옆에 위치한 알리앙스에 있는 스타벅스 가서 커피 한 잔 먹고 가자는 눈 짓으로 처졌다.

알고는 있었지만 커피 한 잔 값이 밥 값보다 비싸니 은근히 심통이 났다.
느닷없이 내 발걸음이 예약실로 향했다.
마침 낯이 익은 아가씨가 전화를 받고 있다.
"커피 두 잔만 얻고 싶은데..."
"아...예..잠시만.."
경혼식 예약실을 찾는 사람치곤 옷 매무새가 쫌 그랬지만 공짜로 두 잔의 커피를 얻어서 마당 벤치에 앉았다..
이 묘한 기분---싼 거, 공짜 즐기는 사람의 쾌감을 알 듯도 하다..
한 30분 정도를 앞에 있는 꽤 비싸게 보이는 멋진 소나무 감상도 하면서 남의 뒷담도 하고 욕도 해묵고..
감상하는 것만으로도 오늘의 점심값은 충분하다는 생각이 들만큼 자세히 보는 그 집 마당의 소나무는 멋있었다.
'그렇구나.. 곧은 것만이 아름답고 좋은 건 아니구나...'

옆에 한 할머니가 앉아 있었다.
그 옆 모습은 너무 쓸쓸하고 분통 터지는 분위기여서 아마도 며느리와의 관계로 허파를 갈아 앉히려 잠시 나온 할머니 같다고 소근 거렸다.
우린 어떤 일이 있어도 저런 분위기로는 늙지 말자고 둘이 또 소근 거리고..
그러나 어찌 장담하랴 앞 날의 모든 것을..그냥 희만사항대로 노력할 뿐이지..
그러면서 엉덩이 바지 밑을 툭툭 털고 일어섰다.

그 할머니의 씁쓸한 분위기와 공짜로 얻어 먹은 만족한 커피 맛이 상쇄 된 느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