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떨어진 낙엽들도 아름답다.

이 민 2015. 11. 17. 15:17

아침마다 연한 아메리카노를 한 잔 들고 창 가에 앉는다.
무언가 이름 할 수 없이 스멀 스멀 뭉게구름처럼 피오 오르는 어떤 불안을 마주하며..
창 밖 아파트의 마당은 어김없이 계절의 시간들을 가르쳐 주고 있다.

나타난 현실의 문제가 불안 할때 생기는 불안을 실존적 불안,(real 불안)이라 한다면 그 상황이 끝났음에도 계속 남아 있는 불안을 신경증적인 불안이라 한다고 읽었다.
나만이 아니고 모든 시대를 거친 사람들이 나와 같은 증상들로 고통 받았으니까 키엘게골이나 프로이트 같은 철학자나 심리학자들이 이 증상에 대해 연구하고 발표하고 이름 붙인 명칭들이 생겼겠지..

도대체 내 이 가슴 답답한 불안의 정체는 뭐지?
주어진 나를 다 살고 있지 않는 거 같은 게으름에 대한 불안?
머리의 생각을 따라잡지 못하고 늘상 뒤에서 밍기적 거리기만 하는 내 열정적이지 못한 가슴과 굼뜬 행동들에 대한 반발?
무언가 내 앞에 깊이를 알 수 없이 나타났다 사라지곤 하는 심연이 있다는 변할 수 없는 섭리에 대한?

당장은,
아침마다 어디론가 떠나고 싶다.
머리 속엔 어느 어느 적당한 장소와 거리를 가늠해 보지만 발과 엉덩이는 저녁까지 계속 그 것에 머물러 밤이 되고 만다.
아직 내 몸과, 내 정신력과, 내 이해하고 사랑하고픈 마음의 폭이라면,
지금 나를 필요로 하는 곳이 있을텐데...
그러면서 찾아 나서지 못함에 대한 불안...
오직 나만을 위하는 갈 곳을 찾는다면
자연과 그걸 창조한 절대자와의 만남만 있을 뿐이 한적한 곳이 있을텐데 찾아 나서지 못하는 야릇한 두려움..

친구들이나 사람들, 심지어 가족까지도 말한다.
그리 원하면 왜 못하느냐고.하면 되지 않느냐고...
카드 한 장과 만원짜리 몇 장을 들고 나가면 도처에 사통팔달의 거리와 자동차와 안내판이 있음에도..
그리고 아직도 손들이 가지 않는 사각지대의 사회가 숱하게 있다고 듣고 있음에도..

그래서 어쩌면 이 모든 흐리멍텅하게 정체를 알 수 없는 야릇한 불안은 역시 내 머리와 가슴과 몸이 서로 보듬어 조화하지 못하고 따로 놀고 있음이 이유인가 보다...라고 결론 내리곤 한다.
그러다 또 어찌 생각하면 이 모든 불안은 무언가 해야만 하지 않을가 싶은 강박일 수도 있겠다
어쩌면 모든 현대인들이 조금씩은 다 가지고 있음직한 정신 질환적인..

그냥 흐르는대로, 이끄는대로, 되어지는대로,의 전적으로 수동적인 인간이 되면 얼마나 편하고 행복할가도 싶어진다.
그렇게 되어질 수 있을 때 내 모습 그대로가 아름답다고 느껴질 것도 같다.
떨어진 낙엽들도 아름다워 보이듯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