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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 이 되면...

이 민 2016. 1. 17. 17:14

어제 가끔,
아니 자주 번개를 하는 친구들과 점심을 먹고 커피를 마시고 수다 삼매에 빠졌다.
몇 명 안되는 친구들인데 한 사람들도 비슷한 사람이 없을만큼 각양가색의 친구들이다.
곧 튀어 나갈 듯 하면서도 끈질기게 함께 하는...
누구의 말을 빌리지 않더라도 <인지야(지금제야)...>!!--아무 것도 거리낌이 없는 나이가 되었다.
내 진심을 못 알아줘도 그 뿐이고 조금 오해한 들 별 문제가 안된다.
바로 옆 친구가 나를 향해 진심을 담고
"미친.." , "아직도 인간 안되는.."등등...이라 농담처럼 한 들
그 건 살짝 스쳐가는 기분 나쁨일 뿐 문자 그대로 <지 사정이다...>라고 넘길 수 있는...
그리고 굳이 설명이나 변명을 필요치 않는..아울러 달램도 귀찮은..
머리 나빠짐은 참 좋다.---금방 하루가 지나면 어제 들은 모든 말을 다 까먹을 수 있으니까...

우리들의 수다 삼매경 안에는 살아 온 얘기들과 앞으로 살 얘기들의 거의 모든 시간을 차지한다.
특히 지금의 우리들의 나이가 그런 것도 같다.
가끔은 정치적인 얘기나 문화적인 얘기도 하지만 그 건 우리들의 살아가는 전공이 아니니..

다른 이의 얘기는 할 필요가 없을 것 같고 나의 얘기를 하자면...
나는 결코 누가 봐도 그리 편하기만 한 시간들을 보내지는 않은 것 같은데--근데 그 누구도 자기가 마냥 편하게 살았다고 생각하지는 않을 것 같지만 내 얘기는 약간의 객관성을 부여해도 그렇다는 얘기-- 언제나 뒤돌아 보면
'아~~ 참 잘 살았다...' 싶기도 하고
'그래도 지금이 젤 좋다...' 싶은 마음이다.
그래서 잠시나마 잔잔한 평화로움에 잠길 수도 있음이 또한 감사하고...

그 옛날(바로 며칠 전 같지만 30여년이 사라졌네...)
나는 희망 수명을 65에서 70 이라 한 적이 있었다.
그 땐 그 숫자도 턱없이 적은 숫자는 아니었는데 지금 생각하면 "어쩌구 저쩌구 해서 못 간다고 전해라~~~" 해야 할 숫자다.
지금은 아무리 인색하게 잡아도 그 숫자에서 더하기 10년은 더 해야 할 거 같다.
희망수명이라기 보다는 어쩔 수 없이 잡아야 할 최소한의 수명...
그 나이가 되면 부러지거나 튀어 나오거나 해서 통증이 생기면 몇 알을 삼키든 진통제로 그 통증을 없앨 것이고, 이미 나타나 약을 먹는 거야 어쩔 수 없이 까먹을 지경이 아니면 또 생각나는대로 먹을 것이지만. 자각이 없는 병이라면...
병원 가지 않고 모른 체 병과 함께 살다 그냥 죽으리라 생각 했다.
나는 세상에서 젤 무서운 게 귀신이고 젤 싫은 게 아픈 거다.
그리고 모든 죽음에 이르는 병은 그 직전까지는 별로 아픔을 뭇 느낄 것이니...

근데 지금 내 나이 그 65세가 넘었는데 건강보험에서 검진 받으라는 연락을 받으면 어김없이 검진을 받은 지가 벌써 두 번은 지났다.
이제 곧 70 이 되는데 그 옛날 나의 결심(?)이 과연 그대로 일 수 있을가???
솔직히 자신 없다.
아니, 그리고 나만의 문제가 아니고 이제 가족의 문제로 되어질 수 있을 것 같은데 나를 지키려면(???) 내 기분이나 몸의 컨디션에 대한 함구를 해야겠지....
그래도 그 결심을 지키기 위해 부단히 노력할 거다.

그리고 부언해서 희망사항을 생각해 보자면---
70 이 되면 병원 가지 않으리라..는 얘기 한 바이고,
이제 희망수명 70 은 급격한 변동이 안 일어 난다면 물 건너 간 거 같고,
그 다음 나머지 시간에 정말 절실하게 바라는 건----
진실로 <목적이 없는 목적으로> 살고 싶은 거다.
다시 말하면 그 아무 것도, 정말 어떤 귀중한 것이라도 목적하지 않고 걱정이나 불안으로 연결 시키지 않고 살겠다는 얘기다.
70 이 되면 병원 가지 않겠다는 얘기도 목적을 없애겠다는 하나의 개념일 것도 같다.
병원 가면 나이 들어 병이 없을 리 없을 것이고 그러면 고치고 건강해지겠다는 목적이 생겨 약을 처방대로 먹을 것이고...

목적지를 정하지 않고 혼자 떠나는 여행----이거야 말로 일생을 통해 바라는 바였으나 아직 이루지 못했는데 이제는 장거리 운전도 진짜 자신 없으니 이 희망은 드디어 접어야 할 것 같다.
군성의 어떤 친구가, "영감하고...?.." 라고 얘기 하는데..
40년을 함께 지낸 영감하고라면 조금 더 내가 편해질 수야 있겠지만...
꿈은 이루어지는 게 아니었다.
이루어 지는 게 아니기 때문에 <꿈>이란 단어가 생긴 게 아닐가?!
젊은 시절 이 꿈 근처에 가 보지도 못했다는 얘기는 매 순간 목적을 위해 살았으니까 그런 거다.
일상을 매끄럽게 돌아가게 살아야 하는 목적.
아이들 밥 멕여야 하는 목적,
남편이 불편하지 않게 해 줘야 하는 목적,
내 일상에 필요한 잡다한 목적---시장 보기, 쇼핑,취미나 건강을 위한 모임 등..
근데 그건 목적인 동시에 필수적인 의무였으니 어쩔 수 없었고..
70 이 되면 이란 조건은 이제 더 잘 하겠다는 욕심만 없애면 다 내려 놓을 수 있는 나이다.
나이가 들면 자동으로 그리 되지 않느냐고 할 수도 있지만 마음이 고요해지지 않으면 목적은 언제나 마음 안에 자리하고 있을 거다.
티끌처럼 가볍고 사소한 것이라도 바라고 요구하게 되면 목적은 없어지지 않을 것이다.

아침에 눈을 뜨면 아...아침이 왔구나...를 그냥 몸으로 느끼면서 차를 한 잔 마시는게 목적 아닌 목적이 되고 그리고 시간이 조금씩 지나는대로 무언가 몸이 필요로 하고 마음이 내키는대로 살고 싶은거다.
해가 지고 저녁이 되어 잠이 오면 자면 될 것이고...
잠이 안오면 안오는대로...내일을 위해 자야한다는 목적을 버리면 뭐 그리 기어히 꼭 자야 한다는 이유가 없어도 되지 않을가..
모든 이유가 목적에 의해서 나오는 거다.

배 고푸면 밥 먹고 잠 오면 자고 몸이 찌뿌듯하면 좀 나가 공기도 쐬고 걷고 시간 나면 좋아하는 목욕을 하고..
서로 건강해서 친구가 보고푸면 밥 먹고 또 눈과 머리의 건강이 따라 주면 책도 읽고..
아무리 생각해도 목적이 없어지면 그 이상 별로 할 일이 없다.
아니, 어쩌면 나를 포함한 거의 대부분의 사람이 지금도 그럴 것도 같다.
지금도 그 이상 별로 하는 일이 없는데도 아직은 마음으로 여러가지의 목적이 있기 때문에 그 하나나의 행위에 이유가 생기는 거다.
그 이유와 목적이라는 마음을 내리고 몸이 원하는대로 살고 싶은 거다.
아마도 그러나 매우 규칙적이 될 것이다.
원시적인 마음으로..
계절마다 두 세벌의 옷은 필요할 것이고..
전화도 없으면 좋겠지만 그 건 또 주위를 불편케 할 것 같고...

근데...
그런데 이야기 하다 보니 궤변인 것도 같다.
이 모든 이야기 자체가 목적이었네..
그리고 그게 그거 아닌가? 싶기도 하고..
결국 다 설명이 되지는 않는다.
이러면 또 말이나 글의 부질 없음을 느끼고..
아...이러다 진짜 허무주의에 빠지지나 않을가??..ㅎ

아뭇튼 <목적이 없다는 목적> 은 없애지 않을 것이다!!---되어지든, 불가능하든..
목적이 없어지면 세상을 살아 내면서 때 묻고 망가지고 찌들어진 것들을 벗어 던지고
태어날 때 가지고 태어난 근원적인 품위를 찾을 수 있을 것도 같다.
목적이 없어지면 조금 더 자신에게 가까이 정직해 질 수 있을 것이고 마음껏 자유로워 질 수도 있지 않을가?
거울은 나의 외형을 보여 주지만 내 영혼의 맑고 흐림, 깨끗하고 더러움은 아무도 볼 수 없는데, 가끔은 스스로도 속이며 살았는데...
마주해서 찝찝하지 않을만큼 정직해 지고 싶은 거다.

나는 또 어쩌다가 사람들이 말하는 <예수재이>가 되었는데...
그 예수의 가르침을 나름대로 내 식으로 한자에 맞추어 보면 <진인사 재천명>이다.
하루를 정직하고 성실히 살다 보면 하늘이 모든 걸 이루어 준다는....
하늘이 다 알아서 너희에게 필요한만큼 줄테니 열심히 살고 오직 감사하며 니가 받은 만큼,눈에 보이는 니 이웃에게도 마음과 몸과 시간을 나누어 주라는..
그것도 동네방네 폼 재면서 하지 말고 니 오른 손이 하는 걸 왼 손도 모르게 겸손한 마음으로 하라는...
내 생각으로 예수의 가르침을 정리해 보면 <진인사 재천명>이 다인 거 같은데 세상이 너무 유식하고 많이 알아 모든 분야에 제각끔 아는만큼 이론을 만들어 간섭하고 시끄럽게 하는 것 같다.. (일단 머리 아푸고, 알고 싶지 않고, 듣고 싶지 않고...)
그리고 세상에 있는 이 모든 것은 근원적으로 니가 공짜로 얻은 것이니까 매 순간 감사히 여기라는...
뉴욬도 서울도 인간이 만든 적이 없는 태초의 땅 덩어리가 거기 있었기 때문에 가능 했다는 얘기겠다.

나는 요즘에야 감사의 뜻을 깊이 생각하게 된 거 같다.
그리고 남은 내 시간들은 오직 감사하며 살아야 할 거 같고 그렇게 하고 싶다.

70 이 되면 품위(?)있게 살고 싶은데 이 또한 꿈?
아직은 정신이 맑으니 이런 희망도 가질 수 있다만 누가 무엇을 장담 할 수 있을가...
누군가 말이 방금 생각난다.
"꿈 속에 꿈이요 깨어 보니 또한 꿈이더라."---혹시 염세주의자인 염상섭의 말이었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