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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록도.

이 민 2016. 4. 28. 07:20

소록도---작은 사슴 모양의 섬이라 해서 소록도란 이름이다.
무엇보다 먼저 문둥이 시인 何雲 이 생각나는 섬이기도 하다.

소록도는 나무가 많고 깔끔하게 다듬어진 아름다운 곳이었다.
한센병 환자라고는 눈에 띄지 않는 곳,
그러나 그 곳은 천형이라고 말하는 벌 아닌 벌을 지고 사는 그들만의 섬이다.

작은 고통은 큰 고통을 만나면 언제나 그 큼 안에 묻혀 자연 치유되고 마는 기적 아닌 기적 속에서 우린 살고 있음에 소록도의 恨과 잔인함과 아픔을 보고, 듣고, 느낀 사람들의 치유의 현장이 되기도 하는 곳이다.
수많은 환자들이 수많은 기회를 엿보며 소나무에 목을 매거나 만만치 않는 물길 바닷속으로 몸을 던지기도 하는...
희망이라는 단어를 떠 올릴 수 없었던 그 곳.
죽을 수 있음이 축복이었던 그 곳.
어쩌다 임신이라도 하게 되고 그게 표나게 들키면 차갑고 하얀 긴 수술대 위에서 마취도 못한 채 생배를 가르고 탯줄을 끊어내던 지옥과도 흡사한 그 곳.
같은 핏줄의 의사도 가기 싫어하고 환자를 만질 때는 장갑 낀 손으로 하고,
궁중에서 왕후마마를 진찰하는 것 처럼 저 멀리서 환자 자신들이 아픈 곳을 만져 그 느낌을 말하게 했던 그 곳의 한센인들도 사람이었다.
죽고 싶어도 죽지 못하고 죽을 요량으로 도망 가다 잡히면 더 이상 인간일 수 없었던 그 곳.
병이 옮지 않는 자식들과 함께 살 수는 없어도 한 달에 한번 어떤 거리의 간격을 두고 자식은 자식들대로 부모는 부모들대로 한 줄로 마주 서서 서로 눈물만 흘리다 헤어지던 그 곳.
가슴 먹먹하여 어쩌면 울 수도 없었으리라....싶은 그 곳.
그 곳에 희망과 의욕이란 단어가 생기게 만들어 준 사람들은 벽안의 성직자와 수도자들이었음에 부끄러워 해야 하는 건지,
그 용기와 봉사의 정신을 부러워 해야 하는 건지 잠시 헷갈리게 하는 그 곳.

그 곳은 지금 그들의 힘으로 너무 아름답게 가꾸어져서는 우리들의 관광의 장소,
그리고 그들의 큰 아픔에 내 작은 아픔이 자동으로 치유 되는 곳으로 변모 되었다.

한센병을 보면 고통의 메카니즘이 얼마나 귀중하고 필요한 건지를 알게 된다.
고통은 바로 神이 인간에게 주는 고육지책의 눈물의 메시지인 것이다.
살펴보고 둘러보고 반성하고 고쳐 나가라는....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는...그 고통의 의미!
문둥병의 가장 큰 무서움이 손가락 마디가 떨어져 나감에도 고통이 없다는 것이란다.
이 시대의 가장 무서운 병의 하나인 암도 고통의 자각 증상 없이 시작 된다는 것이다.

그들의 한의 역사와 아픈 상처들을 둘러보고
내 살아 온 삶의 시간들의 용렬스러움과 대범하지 못함이 정말 부끄럽게 느껴졌다.
누구의 죄나 벌일 수도 없는 그들의 아픈 상처나 한에 비하면 내 살아 온 그 아픔과 고통이 무엇이기에
딴에는 힘들어 하고 아파했던 것들이 너무 너무, 정말로,
진짜 아무 것도 아니었다.

바라건데,,,
그들의 아픔을 보고 내가 위로 받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 아픔에 비교해서 위로받으며
감사의 기도를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들의 한의 역사를 단순히 구경거리로 삼지 않았으면 좋겠다.

" 아!~~~
바람이고 싶어라.
구름이고 싶어라.

어이없는 창공에 섬이고 싶어라."

한하운의 詩중에 (짧아 외우기도 싶지만) 내가 좋아하며 가끔 읊조리는 시다.
오늘따라 육신에게서 벗어나고 싶은 시인의 자유로운 영혼의 갈망이 새삼 가슴 가득 먹먹해진다.

***

부슬 부슬 비 오는 날의 소록도는 더욱 맑고 깨끗했고
성당 안 예수 십자가 상위에 둥굴게 만들어 놓은 스테인그라스의 제목이 <하느님의 눈물> 이라는 신부님의 설명이...
인간을 위해서
인간의 고통에 직접 관여하지 않으시나
함께 아파 하시며 흘리는 눈물이라고...
십자가 위의 예수님의 온 몸으로 부터 흘러 나오는 듯한 방울 방울의 물방울이 보석처럼 그려진 스테인글라스였다.
神은 나약할 뿐인 존재이고
영악한 인간의 창조물이라는 생각을 가진 사람들의 귀에는 허황하고 웃기는,
그리고 기회주의적이고 얍삽하기 그지 없는 소리로 들릴 수 있는 소리지만
나는 마음안에서 부터 울려 들리는
그 말을 알아 들을 수 있음이 또한 감사의 마음으로 다가 왔고
그 말은 실오라기 같은 희망도 없었었고 버려진 존재라는 외로운 문둥병 환자들의 가장 큰 위로와 희망이 될 수 있는 말 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다.

***

소록도엔 역사관이란 건물이 있었다.
그 안에 역사의 오류가 또 있었는데...
<소록도를 방문한 최초의 영부인>이란 제목 아래 이 희호 여사의 사진이----
그럼 우리들이 어릴 때 사진으로 본 육 영수 여사는 귀신이었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