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그리고 내 편
나는 역사를 정말 좋아하고 역사책은 무조건 보이는대로 읽는다.
재미 있으니까..
그리고 솔직히 지나 간 멀고 먼 역사가 지금의 나와는 아무런 관계가 없다.
근데 나는 왜 그렇게 역사가 재미 있을가..
역사를 읽으면 다양한 상황에 처해진 인물들이 있게 마련이다.
그 신분이 최하위 천민이든 최상위의 로열패밀리든.
그리고 그 성격의 다양함이란!!
그건 작가가 설정해 놓은 소설 속의 어떤 가상의 인물 구상과는 질적으로 다른 것이다.
나는 그게 재미 있어서 동서고금의 모든 역사 소설을 좋아한다.
그러면서 나는 언제나 우리나라 교육제도로 고등학교때 본인이 진짜 하고 싶은 공부 파트를 파악하는 건 정말이지 무리라는 생각이고, 지금 내게 기회가 주어진다면(가당치도 않는 애기---) 역사를 통한 인간의 심리 공부를 하고 싶다.
<사도세자가 꿈 꾼 나라> 라는 책을 우연히 접하고 거의 다 읽었다.
이제 남은 부분은 아마도 작가의 말 일 것 같다.
사도세자 라 하면 뒤주가 생각나고
그 밖에 영조. 정조. 혜경궁 홍씨가 생각나게 역사 시간에 배웠다.
무엇보다 우리는 혜경궁 홍씨의 한중록 안에서만 사도세자를 만날 수 있었는데...
그리고 그 한중록 안의 역사를 줄거리로 한 드라마에서 울화증과 정신병을 가진 사도세자를 만날 수 있었는데...
한중록을 배울 땐 내가 어렸고
역사를 무지 좋아하는 어른이 되어 드라마를 보면서 심한 의구심에 사로잡힌 기억이 있다.
"과연 사도세자가 정신병자였을가?"
"영조 같은 임금이 어찌 자식을 . 그것도 세자를 뒤주 속에 가두고 죽기까지 방관할 수 있었을가?"....하는 생각과
잠재적 정신질환을 가진 사람은 어쩌면 사도 세자가 아니고 영조 임금일 수도 있겠다 싶었다.
출신에 대한 피해의식이나 열등감으로 오히려 미친 건 영조 자신이 아닐가 싶었다.
<사도세자가 꿈꾼 나라> 를 읽으면서 이 의구심들이 조금은 풀려 나갔다.
물론.
역사란 어차피 우리가 모르는 사실들의 기록이고 거의 대부분은 승자의 합리화나 미화에 대한 기술이고
또 저자에 따라 사관이 달라지는 부분이 있긴 하다.
그래서 가끔은 의도적으로 기록 되어진 정사보다 야사가 더 정확할 수도 있다는 생각이다.
역사책을 읽는 목적은 사람에 따라 그 때 그 시대를 정확히 알고자 하는 학자적인 목적이 대부분이겠지만 나는 역사책을 읽으면 그 안의 인간을 읽는다.
어쩌면 그 시대적인 문제나 정확성은 어차피 나랑 관계가 없으니까.
아뭇튼...그런데..
인조의 아들 소현세자나 사도세자를 읽으면서는 역사에 대한 분노를 ....
지금 이 시대를 살면서 느끼는 암담함과 분노와 흡사한 감정을 느꼈다.
그 안의 진실은 <나,그리고 내편>의 극단적인 권력에 대한 이기심이 거의 맹목으로
가지고 있는 칼 날을 무참하게 사용한 결과물이었다.
그들에게는 반대편은 죽여 없애야 하는 목적물들이고 나머지 그들을 바라보며 이리 저리 휘둘리며 살고 있는 민초들의 삶은 아무 것도 아니고 오직 그들, 나와 내편을 위한 권력유지의 수단일 뿐이다.
지금도...이 시대에도...
인공지능이 인간을 이기고
SF영화에서 인간이 만든 로봇이 인간을 공격하고
인간이 만든 기계일 뿐인 로봇이 오히려 더욱 인간적이 되어가는 이 무서운 시대에도..
우리는 핏 속으로 부터 흘러 내려오는 <나, 그리고 내편>의 진영논리 때문에 거의 모든 사람들이 아마도 노이로제 상태임을 느낀다.
이 편도 저 편도 다 꼴도 보기 싫고, 그냥 모두가 버버리였으면 좋겠단 생각이 들 때가 있다.
각자에게는 각자의 논리가 있고 그 각자의 논리는 또 어떤 한 면으로는 다 옳을 수도 있으니까...
그래서 어쩌라고???
문제는 그 안에 포함될 수 밖에 없는 나의 정신과 삶이 망가지고 있는데..
아마도 이, 나와 내편으로 분류해서 그 어떤 것으로도 끊을 수 없는 이 진영의 논리는 우리들의 타고 난 피의 성격이란 생각이 든다.
나는 일본을 모른다.
그 안에서 사는 그 민족성도 사실은 모른다.
줏어 듣고 읽은 책 안에서 미루어 짐작할 뿐인데 일본을 좋게 이야기 한 책은 우리나라에서는 좀 드물고 일본 사람의 좋은 점보다는 나뿐 점들을 읽은 게 더 많다.
근데 나는 일본을 좋아하는 편에 속한다.
그 민족의 성격도....
그건 아마도 일본 사람이 지은 일본의 역사 소설을 많이 읽은 탓이리라...
무엇보다 나는 그들의 거추장스럽지 않는 단순 정직한 생활방식과 그 합리성을 무지 좋아한다.
좋아함을 넘어서 본 받고 싶어하는 편이다.
내가 읽은 일본의 역사 소설 안에서는
우리의 역사로 미루어 생각하면 지금 내가 가진 권력으로,
그 권력을 지키기 위해 반드시 없애야 하는 정적들이나
힘의 논리로도 나보다 힘 센 자들은 꼭 없애야 하는 상대들도 그 가치를 보고 다른 사람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으리란 생각으로 살려 주는...
섬나라의 왜소한 사람답지 않게 통 큰 대범함이 있었는데....
우리 선조들은 아니었다.예나 이제나...
정면돌파의 정직한 대결도 아니고, 모함으로 죽이고 무고로 시끄럽게 했다.
참 싫다.
사계절이 뚜렷하고, 낯 익은 사람과, 말이 통하는 사람들이 사는 이 아름다운 나라를 사랑하는 만큼 싫다.
소현세자가 꿈 꾸고 사도세자가 꿈 꾼 나라는 어쩌면 우리 민족으로서는 불가능한 것일가??
나와 내편의 욕심으로 너의 훌륭함을 죽여 없애지 않고 다 함께 나아 갈 수 있는 그런 꿈은 꾸면 안되는 걸가??
하긴...
안되니까 안되겠지.
위에 있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이 배우고 얼마나 지능이 높은데도 안되는 걸 보면 안되니 안되는 거겠지!!
나와 내편이 그 무엇보다 우선인 한에는 역사란 어쩌면 무용지물의 만화거리 밖에 아닐 수도 있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