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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살이 정겹다.

이 민 2022. 3. 26. 06:27

이른, 그리고 낯선 캠퍼스 귀퉁이에,
작은 매화나무 한그루가 데크 안 전경의 전부인,
나즈막하게 들어 앉은 카페 한 구석,,,
커피 한 잔을 벗 삼아 밖을 보고 생각없이 앉아있다.
둥근 벽 시계의 바늘로 가늠지어 보면
봄은 이제 열시쯤의 시각이 아닐가?.
햇살이 참 부드럽고 정겹다,,,
눈을 감고 살포시 두 팔 가득 안아보고 싶다.

늘 계절이 바뀌면,
변화하며 흘러간 나의 인생시간을 계절의 옆에 서서
그에 맞추어 선의 그래프로 그려보는 버릇이 있다 내게는,,,
입가에 흐르는 미소와 함께,
그리고 가슴 안에서 출렁이는 외로운 물소리와 함께 듣고
그리고 또 본다.
내 보라빛 가슴 지느러미도 함께
가슴 안의 물살을 헤집고
비죽히 밖으로 얼굴을 내밀어 본다.
인생무상,,,!!

모였다 흩어졌다 하는 슬프고 아름다운
내 자화상들의 모자이크.
그러나 헛된 것은 세상에 존재치 않았으리라는 믿음의 생각엔 변함이 없다.
비록 그 현상들이 내가 원했든
원하지 않았던 내 의지와 관계없는 모양새였을 망정,,,!

내 봄은 올리브그린의 색갈이었나 핑크의 색갈어었나
무지개 빛이었나,,,
기억도 없고 보이지도 않는다.
그냥 흐르고 말았다.
너무나 한참 뒤,,,
나무들이 겨우내 필요한 수분을 낭비하지 않기 위해
제 몸에 붙어 있던 잎들을 떨구어 내는 고육지책으로,
마지막 피 흘리는 아름다움을
인간에거 선물하며 낙엽지는 때
너무 멀리 왔다 싶어 생각난 듯 뒤돌아 보니 나의 봄은
그 곳에 못 박혀 서서
뒤돌아 본 내 눈빛을 보며 안스런 미소를 보내며 서 있었다,,,
미처 손을 내밀어 인사 할 틈도 없이 그냥 스치고 만
야릇한 아쉬움을 보여주며 서 있다.
스치며 지나가 버린 모든 것은 살아있는 화석이지,,,
어쩌면 죽지 않았을지라도 생명은 없는 거지,,
裸木처럼,,,
식물인간처럼,,,

이른 아침의 쌉싸하나 따스하게 정겨운 저 햇살
그 밑에서 그 또래의 청춘들이 몇 사람 있다.
그들 역시 모르리라.
내가 몰랐던 것처럼.
지금 이 정겹고 따뜻하고 부드러운 햇살이
그들 자신이라는 것을,,,
인생이 슬푸고 서러운 이유는
그 때는 그 것을 모른다는 것이다,,,
세상의 모든 시인들도 그것들을 슬푸게 노래하고 있다..

그러나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은,
비록 길가에 이유없이 나타난 잡초 한 그루라도
존재의 충분한 가치와 이유가 있다고,
필요치 않는 것은 세상에 없다고 니체가 말했던가,, 아닌가?,
神을 부정한 철학자 치고는
참 神의 의도에 가까운 말을 했다고 생각하며 읽었다,,,
나 역시 그 많고 많은 필요의 하나였으라 믿으며
오늘을 지탱하고 있다,,,
thick하고 도도하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