쇠라도 녹일듯이 펄펄 끓던 더위도
이제 <해거름>에 도달 했나 보다.
어느 누구도 손가락 하나 까딱 대 볼 수 없는
절대의 자연도
제 <때>라는 걸 찾아 잘도 변하는데
하물며 가슴을 안고 사는 인간이 하는 일임에야....
쉬엄 쉬엄 여유있게 가나,
우리 엄마 표현대로 <생파리>같이 설쳐대나,
시간은 때가 되면 다들 있어야 할 제자리에 데려다 준다.
쉬엄 쉬엄 간다고 더디 가는 것도 아니고,
더구나 때맞춰 <제자리>에 아니 가는 것도 아닌데....
<생파리>같이 설쳐 댄다고 빨리 가는 것도 아니고
<제자리>보다 더 기막히게 좋은 곳을 차지 하는 것도 아닌데....
허나 매번 그 걸 아니 느끼고
못 깨닫는 것도 실은 아니다.
다 알고, 매번 느끼고, 또한 매번 다짐하나
우린 떠밀리듯 한 달음에 가고자 한다.
그래 드디어는 어제의 더위를 지나 우리,
<해거름>에 서 있다.
해거름이 어느새 내 곁에 함께 서 있는 줄도 몰랐다.
그러나...
해거름이 마냥 서글픈 건 또 아닐거야.
죽일듯이 쪼아대던 더위가 한 풀 꺾여 해거름에 닿으면
우리 조금 머리를 정리 하고 다시 <살겠다> 싶은 여유를 찾듯이.
그리고, 어느새 조금 지나면 봄을 기다리듯이..
해거름은 또 다른 희망을 포함 하고 있는 단어다.
진실로 아름다울 수 있는....
우리, 어느 해거름에서 아래를 돌아 보니,
새싹 같은 새끼들이 뒤를 졸졸 따라 나오지 않더냐....
내가 해거름에 서 있지 않으면
저 새끼들은 서 있을 자리가 없겠지.....
가긴 가야겠다
해거름을 지나 저 산 넘어로라도.....
그런데,
이제 좀 천천히 가고 싶다.
뒤돌아 보며, 손짓도 해가며,
가다, 고운 잔디 발견 하면 두 다리 뻗쳐누워 하늘도 보며,
캄캄한 하늘 초승달도 좋고,
반짝이는 별들도 좋고,
조금 늦으면 어떠냐.
이제 무엇이든지 바라보고 느끼며 아름답게,
천천히 해거름을 넘기고 싶다.
나, 해거름을 지나 서산에 닿으면
그 알지 못한 아름다움에 눈을 부시며,
일찍 오지 못함이 차라리 섧을 수도 행여 있지 않을가?!
그 또한 희망일려나.....
그대에게 나는 지금 먼 산이요
꽃 피고 잎 피는 그런 산이 아니라
산국 피고 단풍 물든그런 산이 아니라
그냥 먼 산이요
꽃이 피는지 단풍 지는지
당신은 잘 모르는 그냥 나는
그대를 향한 그리운 먼 산이요
꽃이 피는지 단풍 지는지
당신은 잘 모르는 그냥 나는
그대를 향한 그리운 먼 산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