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빗소리 안에서..

이 민 2010. 7. 24. 22:43

새벽 속삭이는 빗소리에 설핏 잠이 깨었어 오늘은...
어느 연인의 입깁이 그리 다정 할까...

있지...나 말이야...
내가 죽으면 말이야.....
양철로 만든 관을 만들어
어느 인적 없는 산 속에 묻지 않고 뉘어 달라면 안될까?
말 안되는 소리 치우라고?--그렇지 말도 안되는 소리다 그지...후후.알고 있어.말 안되는 소린 줄..

사스락 거리며 내리는 가랑비 소리는 너무 다정 하여 눈물 날 것같고
좍 좍 내리치는 소낙비는 또...
내 영혼이 맑게 씻기울 것 같아 그대로 우뚝 한 그루의 나무가 되고 싶거든..
양철 지붕위에 떨어지는 빗소리란....기교 없는 자연의 황홀한 음률이야...

언제나 처럼 양철위에 떨어지는 빗소리가 듣고 싶어서
이유도 없는 핑계를 대고 차 한 잔 가지고 밖으로 나왔다.
새벽 같은 아침에....
하다 못해 자동차 지붕위에라도 떨어지는 빗소리가 듣고 싶어서...
그런때 나는 나를 찾을 수 있을거 같거든....밑이 들여다 보이는 맑은 슬픔으로..,

H 야....
나는 왜 맨날 나를 산거 같지 않니?
나의 알맹이는 언제나 저만큼 떨어져 나를 바라보고 섰는데
나는 늘상 힘겹게 달려가고 있었어...
육신과 영혼의 괴리안에서 무엇이 나의 실체일가 헷갈려 하면서..
자유에 목 말라 하면서도 실상 내게 꼭 필요하고 꼭 원하는 자유가 어떤건지도 모르고..

인간은 누구나 이중을 넘어선 다중 인격이라고들 하더라만...
나는 하나의 인격을 꿈꾸며 살았다..
복잡한거, 정리 되지 않은거, 단정치 못한거. 꾸미는거.....머리 아파...
나 언젠가 그랬지...기억하냐?
하고 싶은 것만 할 수 있고 만나고 싶은 사람만 만날 수 있는 팔자가 젤 좋은 팔자라고...
남 보다 가진 게 많아야 좋은 팔자가 아니라며...
넘치는 것 안에서 우린 늘 목마름과 배고픔이 더 크고 절실하게 나타나지 않든?
아님, 살아내기 위해서 관계의 억지를 유지해야 함도 그렇고...다 슬픈거야..

내가 삶에 그리 연연해 하지 않고 죽음이 별로 두렵지 않은 건..
아직 그 때가 되지 않아 모르기도 하겠지만 ,
용감 해서도 아니고, 道통해서도 아니고,
그저,...내 삶에 직무 유기 하지 않고,
육신과 영혼이 헤어질 때, 그 때 만이 자유를 찾을 수 있을 것 같애서...

있잖아...H 야...
사랑은 말이야...사랑은 물에 젖은 스폰지와 같은거야.
지 몸이 물에 푹 잠겨서 움직일 때 마다 흘러 내리는 거---
즙을 내듯 짜 내는 게 아니고 저절로 넘처 흐르는 거....그게 사랑이야..
그리고 사랑은 책임이야...숙제이기도 하겠지?...너도 알잖아...
근데 있지...
내 몸이 지금 사랑에 잠겨 있음에도 그걸 깨닫지도 못하고 적셔진 스폰지 처럼 넘치지도 않네.
그리고...
내 몸이 무겁도록 잠겨 있어야 하는 그 것.
주체 할 수 없이 흘리고 다녀야 할 그것이 이리 힘에 겹구나..
양철 지붕위에 떨어지는 빗소리가 좋은 것도
이 가벼운 존재의 무거움에서 벗어나고 싶은 열망 때문일거다. 아마도...

H 야..
인생의 어느 거리에서
if 나 why 라는 단어는 한 조각 휴지 보다 의미 없음을 우리 다 알지..
<푸르스트>의 두 갈래 길 중 가 보지 못한 어느 한 길을 기웃 거리는 조차
어쩜 금지 사항일거다.. 부질 없는 낭비니까....
그럼에도 말이야...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어느 날의 갈림길에서 하릴 없이 서성거려 보고 싶지 않니?
그리고 가끔은 그 길은 어떤 길일까 궁금해 하며 꿈꾸어 보고 싶지 않니?
아직은 생각 할 수 있는 여력이 있으니까...
조금 더 시간이 나를 세상 밖으로 밀쳐 내면...그 땐 그런 부질 없는 꿈조차 꿀 수 없겠지?

오늘도 빗소리 안에서 너에게로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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