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는대로 있는 세상이니 끼리끼리 살지요.
돌아가는 머리가 한 방향이고,
느끼는 가슴이 한 길이고,
가고싶은 여행지가 같은 취향이고,
추구하는 가치가 같으니까
끼리끼리 모여야 피차 행복 하지요.
그런데,
오호 통재라!
조물주는 어이 이리 심술이실꼬!
한 지붕 밑에 살지 않을 수 없는 부부는
우째 이리 멀고 먼 실타래의
그것도 중간도 아닌 끝의 하나씩을 맞추어
"너거 둘이 천생 연분"이라고 맺어 주시고는
먼 산 바라보고 모른 척 하시는고!
잘 잘못을 가려주고 교통 정리라도 해 주셔야 하거늘...
내 어느 날
그 깊고 깊은 뜻을 알고 난 후
가슴을 열고 깊은 울음 울었다.
나와 같은 방향으로만 뻗어 나가는 사람 만났다면
어찌 나와 다른 세상 있음을 알 수 있었고
나 아닌 다른 사람들도
뜻 있어 태어 났음을 알았겠는가.
그리고 나 아닌 다른 사람을 사랑 할 수 있는
행복을 알 수 있었을까
보이는 대로만 존재 하는 세상이기에
내가 보지 못하는 세상도 있음을 깨닫게 해 주시려고
온갖 사람들과 부대끼며 살게 하신 것임을...
그대로 그건 사랑이었다.
그리고 나와 다른 그 모든 사람들은
소리없이 나를 가르치는
스승이었음을....
때로는 나를 속상하게 하고
때로는 울화통이 터지고
때로는 연민 스럽고
때로는 나를 울게 만드는...
그 모든 나와 다른 사람들...
그들이 있음으로 내가 존재하는 것이다.
그래, 이 세상 태어났으니
태어 난 값을 하고 갈 수 밖에...
어차피 가는 시간,
어차피 떠나야 할 내 존재임에야
사랑 하고 느끼며 행복하게 살자.
그런 아름다운 세상이
내게 보여지는 나의 세상으로.......
2004.9.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