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자리에 앉으면 궁뎅이를 잘 띠지 않는다.
거기서 컴퓨터 하고 읽고, 책 읽고, 커피 마시고...
집에 있는 날이면 컴퓨터 앞 책상에서 거의 하루를 보낸다..밥 먹으러 식탁에 앉는 걸 빼면..
오전에 컴퓨터로 세상 소식을 읽고는 제주도에서 사 온 가슴 아푼 사진 작가 김 영갑의 '그 섬에 내가 있었네..'를 읽는다.
갑자기 허파가 뒤집어지고 혈압이 오를려 한다..이런 거 보면 분명 나는 몹시 다혈질인 게 틀림없다.
루게릭 병으로 근육이 줄고 힘이 다 빠진 그에게 어떤 지인(수녀님이란다..)이 체질 개선 전문가라는 사람을 데리고 와서 체질개선 하면 나을 수 있다는 희망을 주고 체질개선에 들어 갔다 한다..
체질개선----수 없이 들어 본 단어이다.
그 모든 유사한 방법들은 건강할 때, 여유 있을 때 하는 호사가 아닐가?...싶은 게 평소의 생각이므로...싫다.
그의 체질이 무슨 <금음>의 체질이고 생선까지 포함한 모든 육류를 끊고 약도 먹으면 안된다고 풀만 멕이고 비타민까지 포함한 모든 약을 끊게 했다니...멀정하게 건강한 사람도 힘이 빠질 건 당연한 사실 아닌가??
근육이 굳어 가는 사람에게 이 무슨 엉터리 처방인가 싶었다..
하다 못해 너무 아파 누울 수도 없을 때 진통제라도 먹고 그 시간만이라도 조금 편히 누리게 해 주는 방법을 주어야 하지 않을가??
근육의 성분이 단백질이라는 사실은 초등학교 때 부터 배우고 중학교 부터는 생물 시간에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었고 그것도 잊어 버릴가 봐 노상 시험으로 확인해 배운 바 아닌가...그리고 그 단백질은 양질의 생선과 가능하면 기름기가 빠진 육류에서 얻을 수 있을 뿐 아무리 신선해도 야채에서 얻을 수 있는 건 아니다..결코..그 어떤 무슨 전문가가 어떤 말을 어찌 했다 해도 결코 그건 아니다.
그런 그에게---죽음을 눈 앞에 두고 캄캄한 공포에 빠져 있는 사람은 어지간한 의지와 이성적 기준이 없으면 어떤 말에라도 희망을 걸고 의지하게 마련이다----풀만 먹고 체질을 개선하라고 남아 있는 근육마져 소멸 시키고 진을 뺏다 하니..그것도 무슨 과학적인 근거에 의한 학위를 가진 사람도 아닌 그냥 전문가.....죽음을 담보로 하고 있는 절박한 사람을 마루타로 만들면 안되지...
"어둠 속에서 길을 잃고 헤매고 있으면 누군가 다가와 길을 가르쳐 준다.그러면 그가 일러준 대로 가지만 한참을 걷다 보면 점점 늪으로 빠지고 있음을 발견한다.정신을 차리고 서둘러 제 자리로 돌아오면 어느 누구도 책임지지 않는다"---눈물겨운 그의 회한의 독백이다.
이래서 나는 <책임진다>라는 말처럼 무책임 한 말은 없다고 생각한다...
도대체 어떻게?...어떻게 지나간 것을 책임 진다는 말인지...
고작해야 자리를 내 놓거나 금전적인 보상을 해 줄 수 있을 뿐인 게 책임의 한계다..
그러면 상대가 받은 보이지 않는 상처는??...그리고 돌이킬 수 없는 손실은??..궁극적으로 누군가의 죽음은??
책임진다는 말을 자주 쓰는 사람을 신뢰하지 못하는 이유가 책임질 방법이 없음에도 남발함에 대한 반사 감정이다.
도대체 무얼 어떻게 책임지겠단 얘긴지...
그리고 나는 또 하나의 말을 자주 쓰는 사람 역시 신뢰하지 못한다...
<내가 알아서 하께..>라는..
<알아서>의 내용이 명확하게 제시 되어야 마땅함에도 내용 없이 두리뭉실 넘어 가겠단 얘기일 뿐이니까..
가끔 아이들을 야단칠 일이 생길 때, "그럼 이제 어쩔건데?" 라고 물으면 "내가 알아서 하께." 라는 대답이 나오면 나는 그 때 부터 물고 늘어지는 버릇이 생겼다.."어떻게 알건데??...무엇을 알아서 하는데??..그렇게 금방 알아서 할 수 있는데 왜 안했어??.." 라는....
그리고 그 알아서 한다의 말 속엔 늘 짜증과 불만이 묻어 있음을 매번 느꼈다..
진실로 알아서 할 의사가 있는 사람이라면 일단은 자신의 잘못을 먼저 얘기하고 그 다음 <어떻게..>에 대한 내용이 나와야 마땅함이다.
문외한인 나의 눈에도 그의 작품에는 나 자신 그 한 가운데 서 있는 것처럼 생명이 느껴지는 건 어쩜 그의 열정에 빙의되는 것일가...
그리고 그 남자, 김 영갑은 참으로 묘한 사람이고 어쩌면 정말 멋쟁이인지는 모르지만 그의 생활방식과 정신은 전혀 본 받고 싶지는 않다.
지나친 집착과 몰두도 어찌보면 정신질환인지도...
아뭇튼-----책을 읽다가 열 받아서 한 일종의 넋두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