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걸 <조울증> 이라고 해야하나??
리듬의 변화가 심할 때가 있다.
미래가 온통 밝고 상쾌하게 느껴질 때도 있고, 희무끄레하니 침침해 질 때도 있다..아마 그건 8:2의 비율 쯤 되는 거 같다
어느 차가운 겨울 날 고층에서 눈이 내리는 걸 위에서 아래로 쳐다본 적이 있는데 마치 눈이 밑에서 거꾸로 올라오는 것 같은 착각이 들었고 도시가 온통 늙은 회색이었던 그 기억이.....
아마도 그 때 나의 미래는 무언가로 가려져 희무끄레 했나 보다..
아니, 머리 속이 무언가로 꽉 차 있었다.마치 돌멩이를 인 것 처럼 무거웠다..
아마도 머리가 잘 돌아가지 않는 탓이리라 그 무거움은..
친한 후배에게 전화를 하면서 말했다---"내가 지금 지구를 머리 위에 얹어놓고 있는 거 가터...그리고 신호등은 커녕 지도가 안 보인다ㅋㅋㅋ"
그리고는 웃을 기분이 아닌데 죽어라 웃는다..후배는 내 말이 웃으워 웃고 나는 그냥 토하듯이 웃고..
그리고 어느 정도의 시간이 지나면 서서히 그 모든 게 제 자리를 찾아가고 커튼이 겆히듯이 또 서서히 밝아진다.
이상하게 말이 많아지는 시기는 그 때 부터인 거 같다..
머리에서 부터 무거움이 입으로 토해지는 시기....근데 그건 묘하게 기분이 나뿌다..
그런데 이런 게 무시로 반복되다 보면 어느 날 부터는 그냥 조용해진다.
도무지 할 말이 없어지는 거다.
말을 많이 하고 행동을 많이 하고 급기야는 스킨 쉽이나 머 이런 걸 많이 해야 정이 많다는 걸 증명하려고 하고 그걸로 친밀함의 정도를 나타내야만 하고 급기야는 情이라는 이름으로 목을 조르듯 칭칭 감기는 사람들을 멀거니 바라보게 되어진다..
그리고 모든 게 보인다...
얼마의 시간이 지나고 나면 어떤 길이 어떤 모양으로 보일것도 같은 정도로...
점쟁이(?)처럼 이웃들의 상담에 응해 주기도 한다..ㅎ..가끔 웃는다. 웃으워서..
근데 더 웃기는 건 내 말이 먹히는 거다...감정적으로 그들의 가려운 곳을 긁어 주는 거다..왜냐면 나는 이미 알았으니까..
모든 건 지나가고, 지나고 나면 모든 건 또 그리워지게 되고(비록 그게 죽을만큼의 고통이었더라도 지나고 뒤돌아 보면 그것 또한 저만큼 나를 벗어나 있으니까..),그 그리움은 오늘을 살기 위해 필요했음을...그리고 고맙게도 시간은 계속 흘러가고 있고...
근데 기억력도 없고 머리도 나뿐 내가 아는 걸 그들은 모를가???...다들 알고 있다..
그럼에도 누군가 옆에서 정리해 주길 모두는 바라고 있는 것이다..그리고 토해내고 소통하고 싶은 거다..
내가 머리 속에 하나의 방을 만들어 정리해 둔 걸 끄집에 말로 표현만 해주면 모두는 그들이 해놓은 정리를 다시 확인하는 거다.
다 알고 있는 걸 누군가 정리해 놓은 책을 읽으면서 다시 정리하고 다짐하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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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집에서 기르는 햄스터가 새끼를 일곱 마리나 낳았다..
쥐과의 동물이 정말 번식력이 좋다는 게.... 바로 얼마 전에 6마리의 새끼를 낳아 따로이 키우고 있는 중에 새로 또 7마리나..
이러다가 햄스터 농장을 해야겠다..
나는 참 동물을 좋아하지 않는 편이고 더구나 집에서 기르는 건 정말 싫어한다.어쩌다 본의 아니게 기르게 된 햄스터다.
근데 참 이상하게 햄스터가 귀여워지기 시작한다.
아침 저녁으로 보고 만지고 먹이를 주게 되면서 생긴 따뜻한 감정이다..
고양이나 개에게 유산을 상속 시키기도 하는 얄궂은 사람들을 이해까지는 아직 못 미치나 어느 정도는 그 감정을 알 것도 같다.
나는 평소에, 아주 독선적인 사람이 동물을 키우기 좋아한다는 약간의 편견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다..
(그런 사람에게 매 맞을 각오..)
왜냐면 개나 고양이 같은 동물들은 길만 잘 들여 놓으면 오직 주인을 따르고 충성만 하니까...
그들에겐 감정이 있는지 없는지 모르나 적어도 소통이 되는 말로 감정을 표현할 수는 없으니까...
행동이 있을 수는 있으나 결코 주인을 벗어 날 수 없게 길 들여져 있으니까.
그래서 주인은 오직 일방통행으로 혼자 마음 내키는대로 상대를 향해 사랑만 퍼 부으면 되는 관계니까...
그런 사랑은 대체로 맹목이고 독선이라는 평소의 생각 때문이다.
아니, 어쩌면 그건 사랑이 아니고 그냥 사육이다.
자기 맘에 맞는대로 정해진 모양의 틀에 넣어 본질 자체를 변하게 공 들이니까..
동물을 사육 시키는 그 정성을 인간에게도 온 정성을 들여 사육 시키고 그걸 사랑이라고 믿고 봉사와 희생이라 믿는 사람들을 드라마 같은 곳에서도 만나고.
근데 이번에 햄스터 때문에 조금 다른 시각을 가지게 된 거다.
어떻게 표현해야 될지 아직은 정리가 안되지만 무언가 다른 기분이 되었다.
이 계기로 나의 편견이 없어지고 집에서 개 키우는 사람---개와 뽀뽀도 하고 서로 입엣것을 나누어 먹고 개 때문에 외출도 못하는 그런 사람들을 조금은 이해할 수 있게 되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지금은 조금 무섭다..
햄스터의 수명이 어느 정도인지 몰라도 내 눈 앞에서 그들이 죽는 걸 상상하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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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부터 사는 건 참 무참하고 쓸쓸하고 외로운 거라는 생각 때문에...
드디어 울증에 접어 들었나 보다.
(그러나 머...조금 지나면 벗어나리란 것도 아니까..)
쓸쓸하고 외롭다는 생각이 아직 나를 지배하는 걸 보면 아직 내 마음 안에 너무 많은 걸 안고 있는 거다.
이런 기분이 들면 그 때부터는... 아무 것도 절대적인 게 없음을 상기해 내고 비워내는 연습을 또 시작해야 한다.
그 힘든 시지푸스의 작업을...다람쥐가 쳇바퀴를 돌듯이...
이럴 때는 운동화 끈을 단단히 졸라매고 마구 걷든지 하염없이 목욕 삼매에 빠져야 한다...
함께 할 친구 있어 같이 좀 걷다가 목욕을 해도 참 좋지만 혼자서 하는 게 효과는 더욱 크다..근데 혼자는 참 귀찮은거다.ㅋ
자....그 때부터는 전화질이나 문자질을 일단 시도해 봐야한다..낚시군이 미끼를 던지듯..
어느 물에 낚싯대를 드리울지도 생각한 다음에...ㅋㅋ
그러고 보니 아직 나는 복이 많은 여자---사방으로 열려 있고 선택의 여지가 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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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문이 있는 그림이나 사진을 아주 좋아한다..
문은 참 신비롭고 다정하다..
내 맘대로 열고 닫을 수도 있고 내가 열 수 있는 그 문을 열면 내가 원하는 게 있을 것 같아서..
내가 만약 사진으로나 글로나 작가가 될 수 있었다면 세상의 문을 찾아 헤매었을 거 같다.
솟을 대문에서 부터 다락방 봉창문까지...
사진 작가 김 영갑이 제주도의 오름에 신 들려서..
혼자이면 안되고 혼자일 수도 없는 인간의 근원적인 걸 잊어 버리고,아니 팽개치고라는 표현이 낫겠다...
밥을 굶어가며 꾸역 꾸역 혼자일 수 있는 시간과 공간을 헤매며 살다 기어히 그 안에서 홀로 자연과 함께 동화되고 사라졌듯이...
나는 김 영갑의 책을 읽으며 도대체 삶의 정답 없음에, 그리고 누군가의 최선이 또 어느 누군가의 가장 큰 어리석음일 수도 있음이 참 슬펐다..그럼에도 또 사람들은 끊임없이 자기의 잣대로 이웃을, 알지도 못하면서 폄하 하거나 치켜 세우곤 한다...
그 또한 참 슬프다...정말 참 슬펐다...내가 그런 범주의 인간 군상 안에 포함되어 있다는 사실도..
어느 누군가에게 절대적인 행복이 누군가의 잣대로 계산하면 그 이상일 수 없을만큼 처절할 수도 있는데 누가 누구를 어떤 눈금으로 계산할 수 있을가..
허튼 동정이나 위로가 오히려 스산하고 외로워 질 때도 있는거다..
아침에 눈을 뜨고 침대에서 일어나면 나는 투명한 하나의 문을 열고 세상 안으로 들어온다.
그리고 매 순간 새로운 문을 열고 닫는다.
언젠가 내가 열어 놓았던 모든 문들을 하나 하나 닫으며 나는 뒤돌아 보지 않고 갈 것이다.
또 다른 더욱 밝은 빛이 보이는 문을 열고는 사라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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뜬금없이 정리 되지 못하는 생각들에 이끌려 다니면 조금 재미 있어진다.
생각 속으로 미끌어져 들어가서 주저하지 않고 놀다 돌아오곤 한다..
적어보면 대체로 이렇게 횡설수설이다...ㅋ
2011년 5월 어느 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