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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 있어 온 새해 아침.

이 민 2018. 1. 2. 07:41

<길>과 <門. 이 있는 사진을 참 좋아했다.
길은 언제나 목적지를 향해 나 있고
그 목적지까지의 길 위엔 많은 또 다른 샛길과 또다른 경험이 새로운 나를 만들어 갈 것이란 기대가 늘 있었고
드디어 나타난 문을 밀고 들어가면 이제껏 경험해 보지 못한 새로운 관계와 세계가 나타나리란 기대로 늘 설레이는...

그런데 길은 새로운 길만이 길인 게 아니다.
아무리 가고 또 가도 어제도 지났고 오늘 또 가게 될 길이라도
그 때마다 새롭고
문 또한 수없이 드나드는 문이라도 그 때마다 나타나는 현상은 다르게 마련이고
어제 밤 인사하고 잠자리에 든 관계 역시 이튿 날 눈 뜨면 다시 한번도 경험하지 못한 새로운 관계가 시작되는 것임을...
그로부터 설레임은 시작 되어야 하는 것을...
오늘도 나는 길이 있는 그림을 보면 마음이 설레이고 따라가 보고 싶고
문이 있는 사진이나 그림을 보면 아련한 희망에 잠긴다.

계속 변함없이 아침이 오고 저녁이 되는...
이어지는 진부하고 지루한 시간들 위에서
나는 늘 새롭게 순간에 태어나야 함은
어쩌면 평생을 통해 이어가야 할 생명의 숙제이고 새로운 창조이리라.

비단 새로움이 새해 첫 날 뿐이랴.
매 순간이 새로운 처음이고 그 매 순간이 영원으로 이어지는 것임을.
나는 늘 알고 있지만, 모르고 시간안에 묻혀 살고 있다.

젊은 시절...
새해가 되면 어제 밤 들은 제야의 종소리 여운과 함께 무언가를 다짐하곤 하였다.
근데 어느 날 부터 그 다짐마져 참 부질없단 생각이 들었다.
그냥 잠시의 창소 시간을 지나고 나면 먼지는 또 쌓이게 되고 게으름은 다시 시작되는...
평상심이 진리의 한 부분이란 무덤덤한 가슴을 마주한다.
지금 이 시간이 그믐이라고 대강 보내도 좋은 시간이 아니며 초하루라고 특별히 중요한 시간도 아닌 것을..

시간은 그냥 말없이, 쉬지 않고 흐를 뿐이고
매듭은 항상 나의 몫이다.

영원으로 이어지는 길고도 끝없는 시간 안에서
나의 매듭을 지어가며 언제나 새롭게 태어나길 희망하며 또 한 해를 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