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떨어진 꽃송이...

이 민 2018. 5. 17. 06:55

언제나 처럼 새벽에 내 일상을 문을 연다.
몇초간의 스트레킹으로 내 몸을 깨우고.
아침에는 무얼 먹을가....냉장고를 기웃 거리고.
십자가의 예수님을 보면서 오늘 하루 또한 지켜 주시고 당신 보시기에 아름다운 시간들이길 기도하고.
나를 내려놓고 내 영혼이 당신의 평화안에 잠길 수 있길 바라며.
그리하여 내 평화로운 모습이 또한 마주 보는 사람에게도 평화롭게 전달되길 바라며.
그리고 그 역시 변화되길 바라며..
어차피 시간은 지나게 이미 마련되어 있었고
내 선택에 따라 그 시간의 색깔과 빛이 달라짐은 말씀과 역사로 익히 알고 있는 터.
그러면 행복하고 당당해지지 않을 이유가 없다.

마루에 놓여 있는 몇개 안되는 화분을 살펴 보니 떨어진 호접란 꽃송이가 세송이나 뒹굴어져 있네..
기어히 더 이상은 견디지 못했구나..
다른 송이들과 함께 있는 가지에 붙어 있을 힘이 다했구나..
얼마나 아팠을가..
나는 모든 말없는 식물에게도 느낌은 있으리라 믿는 사람이니까...

나는 함께 살았던 시아버지의 임종을 보면서 마지막 생을 마감하는 게 얼마나 힘든 일인지 알았다.
그래서 우린 가끔 <죽을 힘>이란 단어를 사용하는가 보다.
내가 언어의 피상적 개념으로만 알고 있었던 <진땀>을 시아버님의 얼굴에서 보았다,
마침 아무도 없이 혼자만 아버님의 그 모습을 보고 있었기에 조용히 아버님 귀에대고 속삭였다..
부끄러움도 무서움도 없이..아니 나도 모르게,,
청각은 끝까지 열려 있단 소리를 들었으니까 아마도 내 말을 들으시리라 믿고.
나의 잘못들이 그야말로 주마등처럼 그 짧은 시간에 그렇게나 많이 생각날 수 없었다.
'다 용서해 주시고 아무 걱정없이 편히 가시라'...고 몇번이나 똑 같은 말을 한 거 같다.
그러나 그 진땀을 닦아 드릴 용기는 없었나 보다.
지금 생각하면 정성껏 닦아 드렸어야 했는데 그 땐 내가 너무 젊었었다고 스스로에게 변명한다.
그 이후 나는 사람이 떠난 빈 자리가 그렇게 크게 내 일상의 기분으로 다가올 줄 몰랐다.
내가 결코 좋고 상냥한 며느리도 아니었고 아버님과 특별히 사이좋게 오손도손 말을 주고 받은 적도 없는데
더구나 시어머니 먼저 가신 후 홀로 남으신 아버님이 참 힘들었는데....
한달쯤은 거의 패닉과도 흡사한 느낌을 가진 거 같은 기억이다.
모든 말 할 수 없는 식물들의 꽃이나 낙엽이라도 떨어질 때는 아마도 내가 아버님의 마지막 얼굴에서 본 진땀을 흘리지나 않을가 싶다..

뒹굴어져 있는 , 그러나 아직은 죽지 않은 꽃송이를 더 이상 망가지지 않도록 조심 스럽게 주워서 거실 모퉁이에 역시나 홀로 서 계시는 성모님께 드렸다.
옆에 앉아 있는 키 작은 난 화분의 흙 위에 살며시 놓고는 쳐다 보니 죽은 꽃송이도 참 예뿌다.
나도 언젠가는 저런 꽃송이가 되겠지...
근데 저 꽃송이는 떨어져서도 저렇게 이뿌자나..
며칠간은 꽃의 모양도 색깔도 그리 크게 망가지지는 않을 것 같구나..
내 너를 니가 그야말로 진을 다해 갈 때까지 정성껏 봐 줄거야...매일 아침 일어나면..
그냥 구겨 쓸어버리지 않을께...그러기엔 니가 살아 꽃피운 그 시간들이 너무 허무할 거 같애서....

오늘 아침도 커피향은 참 맛있다!!
의사 선생님이 만성 위궤양이 있으니 공복 커피는 삼가하라 하시두만 나는 아랑곳 하지 않는다.
이 좋은 시간을 무었때문에 포기해야 하는지 아직은 실감나지 않으니까..
약 먹고 견디는데까지 해 보는 거지 머...
건강도 궁극의 목적은 행복이니까....
더 좋고 길게 보는 포기라지만 그 정도까지의 포기는 싫다....그리고 더 절실해지면 그때 다시 생각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