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테고리 없음

오후 세시의 표정

이 민 2019. 11. 24. 22:26

10월 25일의 속초와 강릉..설악산의 하늘과 단풍은....
벅차게 느낄 수는 있어도 글로 표현 할 수는 없다.
1박 2일의 동기들과의 여행으로는 시간이 조금 부족한 듯도 한 여행이었다.
그 유명한 속초 어시장에 가서 삶은 문어 다리도 못 먹었으니..

매년 하는 행사인데도 언제나 통 큰 친구들의 많은 찬조금 덕분에 풍성하고 럭셔리하게 잘 먹고 잘 자고 잘 노는 여행이다.

도대체 저 아름다운 빛과 색갈은 어디서 온 걸가???
그리고 저 바다의 환상적인 쪽빛과 어떤 악기로도 표현되지 않는 저 아름다운 파도의 소리는?
옆에 앉은 친구와 내내 한 감탄이다.
사뭇 시인이 될 수도 있었다..

그러면서 친구가 말했다.
지금,늦가을의 해 시간으로 우린 아마 오후 세시쯤 되었을거라고..
무엇을 하기에도 어정쩡한 나른한 시간 오후 세시.
세탁기가 없었던 옛날 시간으로 빨래를 하기에도 늦어버렸고 한가롭게 쇼핑을 하기에도 바뿌고
그렇다고 소파에 길게 누워 한 숨 자기에는 또 너무 늦은 시간..
그러면서 조금 있으면 바빠질 무엇을 하기에는 참 노곤한 시간..
그러나 또 잠자리를 위해 세수를 하고 침대를 정리 할 시간도 아니다.
친구의 말이다...
다시 말하면 무엇을 하기에도 편한 시간은 아니란 이야기..

근데 나는 그 오후 세시의 시간을 느끼는 순간 정말 여유와 행복을 느꼈다..
얼마나 좋은가..
오전에 대강 집안 일을 다한 뒤 편안히 책을 보거나 친구랑 전화기로 노닥대면서도 바뿌지 않는 시간..
외출을 하고 돌아 와 편한 옷으로 갈아 입고 생각없이 티비 채널을 이리 저리 돌릴 수 있는 여유로운 시간..
살짝 살짝 졸다가 깼다가 해도 부담 없는 시간..
별 볼일이 없어도 스립퍼를 끌고 이웃 마트에 갈 수 있는 시간..
아님 간단한 복장과 물 한 통을 들고 산책을 나가기에 적당한 시간..

나는 내내 내가 오후 세시쯤에 머물렀으면 좋겠다...
모든 건 너무 여유롭고 평화롭지 않은가!!

커피의 성지라며 젊은 연인들의 순례지라는 카페 테라로스 뒷뜰에서 정말 여유있게 라떼를 한 잔 하는 모습을 친구 찍사가 인증샷을 하나 보내 왔다..
그래 바로 이 표정과 이 모습이야.
이게 오후 세시의 표정이지..

"모든 색갈은 어디서 부터 오는가?!"-- 그 날 이후의 화두.
그 색갈과 빛과 소리는 그 전에도..
어쩌면 영원 그 이전부터 있었던 것인데 나는 그 날 이후 마음 안에서 맴돌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