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새벽에 문득..
굳이 내 내면의 세계를 누군가에게 전할 필요가 있을가?
무언가를 남기는 걸 사람들은 왜 그리 갈망할가?
말과 글과 내가 가진 가치들이 세상과 나를 소통 시키는데 얼만큼의 역할을 할가?
아무도 나를 모르고
아무에게도 나를 알리지 않으면 어때?
이러나 저러나 내가 달라질가?
내 기억의 한계가 올 때까지 보이는 걸 보고.들리는 걸 듣고
느껴지면 느끼고 머물다 가면 되는 거지....
꼭 자취로 남길 필요가 있을가?....싶은 생각이 불현듯 생겼다.
세상 안에 존재하는 모든 가치는
얼마나 허망하고 부질없는 건지 문득문득 알게 된다
!
!
!
그래서...
언젠가 소리 없이
내가 열어 놓고 미쳐 닫지 못한 수많은 문과 방..
그리고 그 안에 남아 있는 소멸되어 가는 기억들을...
생각나는 건 치우고
잊어먹고 생각나지 않은 건 또 그런대로 건너 뛰고..
그렇게 차례 차례
미처 닫지 못한 문이 보이면 살며시 닫으며...
그렇게 자취없이....
원래 닯고 싶었던 비누방울의 모습처럼 스러지고 싶다..
원래 없었던 게
찰나에 끝나는 시공을 그리도 아름다운 밫으로
날라 다녔으면 제 아름다운 존재의 역할을 다 한 거지...
비누방울은 그 아름답고 자유로운 모습에 비해
짧디 짧은 명을 다하고 스러질 때는 너무나 조용히 없어져 주는 게 참 맘에 든다..
시끄럽게 소리나지 않아서 좋다.
나도 그러고 싶다.
누군가의 기억 안에도 머물고 싶지 않다..
잊혀진 여자가 젤 슬푸고 외롭고 가엾다고
시인은 말 했는데
나는 왜 잊혀질 수 있는 여자가 가장 평화롭고 자유롭게 느껴질가!!
잊고 싶은데...
무참하게 잊혀지지 않는 여자보다 잊혀질 수 있는 여자는 얼마나 편할가...
나는 그러 여자이고 싶다...
***
그런데 지금은...
지금은 또 문득..
빛 바랜 세월의 저 너머에서 부터 거기 있었고
누렇게 떨어진 해바라기 꽃잎을 보는 듯
무심히 나를 향해 서 있는 너의 한 면이
아직 거기에 있다면...
내가 비누방울처럼 스러지고 없어도..
니가 거기 그냥 있다면
너의 기억 안에는 머물고 싶어진다...
***
밤에 친구가 보내 준 문자 안에서 김 훈이란 사람을 읽었다..
이 시대의 또 한 사람의 신선한 괴짜..
누구도 길 들일 수 없었고
어떤 것으로부터도 길 들리길 거부한 신선한 괴짜...
대학이란 상아탑 조차 거부하고 고려대 영문과 2 학년을 끝으로 때려 치운 남자,,
그와 우리는 동 시대를 살고 있다..
그는 그의 글 안에서 돈몰이란 단어를 썼다..
달 너머로 달리는 말... 이란 그의 책에서 썼다는 沌沒!!
나이 든 노인이 새벽에 강물을 따라 어느 날 문득 조용히 사라지는 것..
아무 것도 남기고 싶지 않다는 말이다..
김 훈은 돈몰이란 단어로
나는 비누방울이란 단어로
인생의 마지막 로망을 표현했다...
그래도 어두움 안으로 없어지고 마는 돈몰 이란 단어 보다는
찰나에라도 아름답게 보이는 비누방울이고 싶었던 나는....아직 욕심이 있나보다..